포토샵과의 첫 만남은요.제가 포토샵을 처음 접한 때를 떠올려 봅니다. 벌써 15년 전이네요. 버전도 4.0 정도였던 것 같고요. 그 당시 포토샵은 지금처럼 다양한 툴과 메뉴, 멋진 기능들이 가득했던 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브러시와 라쏘, 레이어, 기본 필터만으로도 충분히 "WOW!" 라는 말이 나올만한 훌륭한 툴임엔 분명했죠 : )
저는 포토샵 중 브러시의 무한한 가능성에 한껏 매료되었었는데요. 좋아하던 만화를 몇 장 스캔해서는 조금씩 선택 영역을 잡아 채색하는 재미에 푹 빠져 몇 날 며칠 밤을 새우기도 했었습니다.
그렇게 우연히 시작한 포토샵은 시간이 흐르며 조금씩 제 생각을 표현해 주는 "또 하나의 손"과 같은 존재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는 디자이너의 길을 선택한 제게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가 되어 버렸죠.
제겐 너무 특별한 존재 "포토샵"을 한빛미디어의 <
10년차 디자이너에게 1:1로 배우는 포토샵 디자인 강의>를 통해 소개할 수 있게 되어 더없이 행복하고 기뻤습니다.
드디어 책을 쓰게 되었지만 현실의 벽은 너무나 높았습니다.<포토샵 디자인 강의>를 처음 기획하던 당시에는 "다양한 분야에서 실제 라이브된 생생한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활용서"를 염두에 두며 콘셉트를 잡아갔습니다. 여느 책처럼 따라 하기 예제를 위해 별도로 작품을 만들어 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현업에서 실제로 라이브된 프로젝트들을 리마인드해서 실제 해당 프로젝트가 제작되었던 과정을 소개하고, 그중 포토샵을 이용해 시안을 제작하거나 제작물을 만들었던 부분들을 예제화하려고 했었죠.
그래서 제가 진행해온 프로젝트 중 성격에 맞는 작업물들을 카테고리별로 구분한 후, 포토샵 활용 예제로 알맞은 부분들을 선별해내는 작업을 선행했습니다.
그러나 현실의 벽은 너무나 높았습니다. 제가 근무해온 D"strict, NHN, CJ E&M의 작업물들은 "회사"에서 작업한 내용이었기에 제 개인적인 목적(?)으로 집필하는 책에 개재할 수 없었습니다. D"strict에서는 주로 삼성과 같은 대기업의 프로젝트를 진행했었는데요. 이런 대기업의 프로젝트들은 개인 포트폴리오로 사용할 때에도 엄격한 기준이 있어서 대외적으로 사용하는 블로그 등에도 공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책에는 당연히 소개할 수 없었지요.
마찬가지로 NHN에서도 7년이나 일했었지만 아쉽게도 작업물의 단 하나도 책에서 보여드릴 수 없었습니다. 일부 개인적인 촬영이나 디자인 프로세스 설명 파트에서 예시 이미지들로 간간이 등장할 뿐입니다.
그러다 보니 처음에 계획했던 프로젝트들은 대부분 개재 허가를 받지 못해서 다른 예제로 전환하는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 다행히 허가를 받아 원고를 모두 작성했음에도 불구하고 업체측의 허가 취소로 책에 싣지 못한 경우도 있었죠. 영상 아트워크 예제와 반응형 웹디자인 예제 두 가지는 편집 진행 중, 갑작스레 개제 불허가 통보를 받아 끝내 비하인드 원고로 남게 되었답니다.
그렇지만 다행스럽게도 클라이언트, 동료들이 도와준 덕에 몇몇 좋은 프로젝트를 소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왠지 이 책엔 꽤 많은 분에 대한 "Special thanks to" 인사가 담겨 있습니다. 그만큼 많은 분께서 애써주신 덕분에 이 책이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는 뜻이라고나 할까요.
포토샵 기본 툴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덧붙일게요.
원고를 쓰는 동안 이 책의 담당자이신 장용희 대리님이 무척 우려를 표하셨던 부분이 바로 "포토샵의 기본 툴" 설명 부분이었는데요. 사실, 기본 툴 설명 부분의 원고는 실제 출판된 책보다 훨씬 많이 작성되었습니다. 아마 책에 실린 분량의 2배 정도라면 믿으실 수 있으세요?
여차하면 기본 툴 얘기만 잔뜩 하다가 끝나버릴 만큼, 참 잡다한 많은 이야기를 하려고 했던 거죠. 그게 사실, 실무에서 포토샵을 사용하며 디자인하는 10년 차쯤 되는 현업 디자이너들도 포토샵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경우를 많이 봐 왔습니다. 또한 기본적인 툴 사용법을 모르고 있는 경우도 무척 많았고요. 디자이너들은 본인이 배우고 터득한 방식을 고집하는 특성이 강해서 새로운 툴이 나와도 무시하며 그전부터 자신이 해오던 방식만을 해나가려는 성향이 있거든요. 저만 해도 힐링 브러시 툴보다 스탬프 툴이 편합니다. 쉐도우나 하이라이트를 표현할 때에는 블렌딩 옵션이 아니라 브러시를 쓰는 편이고요.
디자이너들에게 왜 기본 툴이 필요할까요? 저는 이런 디자이너들의 방식에서 두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첫 번째로는 정말 베이직한 기능 몇 가지를 "제대로" 알고 있다면 굳이 신기능을 배우지 않아도, 다양한 스킬이나 꼼수를 익히지 않아도 얼마든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만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제 주위의 많은 디자이너가 아직도 "포토샵 7.0"을 쓰곤 합니다. 7.0 버전은 굳이 설치하지 않아도 바로 실행되는 특수성과 엄청나게 가벼운 용량 덕분에 N드라이브나 조그마한 USB에 담아서 가지고 다니다가 여차할 때 "따닥!"하고 실행해서 어디서든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죠. 7.0 버전을 실행해 보면 최근 포토샵으로 공부를 시작한 디자이너들은 깜짝 놀랍니다. 왜냐하면 특별한 기능이 없기 때문이죠. 최신 기능으로만 스킬을 익힌 디자이너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고, 작업을 못 하게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럼 굳이 7.0버전을 안 쓰면 되잖아?" 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 이야기의 요점은 정말 "기본이 되는 툴을 잘 익혀두면 포토샵 버전은 크게 문제 될 것이 없다."는 것입니다. 7.0을 쓰던, CS2를 쓰던, CC를 쓰던 가장 베이직한 툴은은 변함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으니까요. 영원불멸의 기능이라고나 할까요?
그래서 이 책에서는 뻔하디뻔한 기본 툴을 굳이 강조하며 설명하고 있습니다. 또한 실무에서 그 툴을 이용해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예시를 함께 덧붙였고요. 조금은 투박하더라도 실제 사용되는 사례를 붙이는 게 이 책을 보는 디자이너들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두 번째로는 경력 디자이너들도 포토샵 공부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버전업된 새기능 익히랴, 모르고 있는 스킬 공부하랴 경력 디자이너들도 여러모로 포토샵 책을 많이 찾아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출간된 책들은 대부분 완전 초보를 대상으로 한 입문서, 혹은 경력 디자이너를 위한 프로젝트 서적으로만 나누어져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경력 디자이너들이 볼만한 포토샵 책이 없었죠. 그래서 경력 디자이너들에게는 포토샵을 "재발견" 할 수 있도록 다소 어려운 이야기들도 Tip과 노하우로 조금씩 녹여 보았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출간된 <포토샵 디자인 강의>, 너무 쉽다 혹은 너무 어렵다, 툴 얘기가 많아 지루하다, 실제 라이브된 예제가 재미있다, 대기업의 디자인 프로세스가 궁금하다 등 많은 이야기가 들려옵니다. 더 좋은 책을 만들기 위해 부담 없이 팍팍! 책에 대한 코멘트를 보내주세요: )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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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정다영(outsoar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