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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인터뷰

『자바 서블릿 프로그래밍, 개정판』 번역 후 참회록

한빛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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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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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BIT

13,013

올 일본의 여름은 이상했다고 합니다. 예년같으면 7~8월이 덥고 9월은 시원해지는데, 올해는 7월 덥고 8월 시원하고 9월 더운, 띄엄띄엄 여름이 지나갔습니다. 오래 앉아있으면 피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요통입니다. 아침 10시부터 저녁 8시까지 회사일하고 나서 저녁 먹고 수영 갔다오면 저녁 11시. 그때부터 또 번역 시작. 덕분에 일본에 와서 일본어 공부는 전혀 하지 못했습니다. 이제 7개월이 지났건만 아직도 더듬더듬하며 갑갑한 내 자신의 일본어를 듣고 있노라면 솔직히 부끄럽습니다. 과연 나는 잘 선택한 것인지. 일본에 왔으면 일본을 배워야했을텐데, 서블릿은 한국에서도 할 수 있었을텐데, 아마 이바닥에 책마저 혹평을 받는다면 스스로 벽보고 손들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번역을 독자에게는 설명의 의무를, 자신에게는 확실한 이해의 선행을 의미합니다. 원서의 번역만큼 버거운 공부 방법은 없지 않을까요? 가끔 무슨 소리인지 모를 문장을 만나면, 누구한테 물어볼 수 없는 제 자신의 좁은 오지랍에 한숨을 쉽니다. 나보다 서블릿을 잘하는 사람, 나보다 영어를 잘하는 사람, 나보다 J2EE를 잘하는 사람을 그러게 미리 좀 친하게 사귀어둘 걸... 밤새 고민하고 책을 뒤지고 어떻게든 아는 사람에게 물어볼라치면, 스스로의 부족함은 마음 한 곳의 가장 연약한 부분을 후벼 팝니다. "자존심"
자바 서블릿 프로그래밍, 개정판
어렸을 때부터 무엇이든 혼자 힘으로 하는 버릇이 들다보니, 도움을 받을 곳이라고는 "책"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대입을 실패한 이후,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나보다 수학을 잘하는 사람이 널렸었고, 너무도 신기할 뿐이었습니다. 아주아주 용기를 내어 학원 급우에게 물어봤을 때의 수줍음이 기억납니다. 그때 너무도 잘 가르쳐주었던 친구들, 수학뿐아니라 공부 방법과 어려운 인생까지 타일러주던 또래 선생님들에게 저는 참으로 많은 신세를 졌습니다. 아직 나오지 않은 책이지만, "현학적"이라는 평에는 변명을 하고 싶은 것이 정직한 심정입니다. 겸손을 떠는 것이 아니라, 자바 서비스넷 운영자이신 이원영씨나 자바 개발자 협의회 의장이신 박용우씨 같은 분이 보시기에 제 서블릿론(論)은 "까불고 있네. 아주 불도저앞에서 삽질을 해라."가 아닐까... "이제 겨우 2년차 주제에 잘도 지껄였군..." 하는 업계 선배님들의 눈총도 가슴 아프긴 마찬가지입니다. 처음부터 그런 기분이 가득했습니다. 정말 부족한데, 이렇게 해도 되는 것인지... 그래서 더 열심히 메꾸려고 애썼습니다. 더 정확하게, 더 자세하게, 그리고 더 적극적으로. 빈수레가 요란하다는 속담을 끄집어내지 않더라도 저는 분명 자격지심에서 "오버"를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만약 이러한 점이 불쾌함으로 작용하였다면, 정중히 사과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용기를 내어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만약 제 자신이 계속 우물안의 개구리고 제 잘난 맛에 살고 싶었다면 감히 책을 통해 무지와 부족을 노정(露呈)하지 않았을 테고, 역으로 기왕 주어진 기회이니 "그래 너 해보고 싶은 만큼 할 수 있는 만큼 다 해보라"는 편집자와 출판사의 격려를 밑천삼아 끝(extreme)까지 밀어부쳤다는 고백입니다. 올해 초 자바 기초 강의를 하려는데, 세상에 전산과 교수님이 학생석에 앉아 계셨습니다. 게다가 자바 강의를 하셨던 분이셨으니, 얼마나 당황했던지. 강좌 담당자에게 마구 따져서 어떻게 이럴수가 있냐며 분개했었지만, 이미 수강을 시작해버린 학생(?)을 내칠 수도 없던 지경이라 그저 망연자실 강의를 계속하기로 했었습니다. 온통 정신이 하나도 없이 횡설수설하다보면, 다른 학생들의 표정이 눈에 들어오고, "아, 내가 지금 이러면 안되지"하며 마음을 다잡고 무사히 수업을 마쳤던 경험은, 너무도 운명적이었던지 이번 『자바 서블릿 프로그래밍, 개정판』의 번역을 결심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습니다. 저술이 아니라 번역이었는데도 한없이 어렵고 마음고생도 심했다보니 "멋진 책을 써보겠다"는 꿈은 조용히 사그러들었습니다. 이건 정말 장난이 아니구나, 그러며 잠자코 번역료나 챙겨야겠다고 있었는데, 이번엔 아예 자바 입문서를 써보라는 제의가 들어와 내심 쾌재와 동시에 두려움이 엄습했습니다. 기회는 좋을 지 모르나 시기가 문제였습니다. 서블릿은 어찌어찌 했다고 쳐도, 자바 그 자체는 정말이지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미 여러 자바 기본서를 읽어보고 교재 삼아 가르쳐도 보았지만, 그처럼 어려운 일은 없겠다고 짐작해오던 차였기 때문입니다. 자바를 배우고자 하는 초보자 모두를 만족시키기는 애시당초 언어도단일 뿐더러, 기라성같은 자바의 고수들이 써놓았고 지금도 쓰고 있는데, 내가 무슨 용가리 통뼈라고... 저는 전산과를 나오지도 않았고, 전산 과목을 많이 듣지도 않았고, 당연 석박사 학위따윈 있지도 않고, SCJP도 없고, 어디 번듯한 자바 기초 코스 한번 떼보지 못했습니다. 저는 솔직하게 "이래도 저한테 자바 입문서 권하실 거에요?"했는데 편집자의 대답은 "네." 였습니다. 기가 막혀라... 아무튼 처음에는 고사했었는데, 점점 주위의 권유에 힘과 자신감도 얻고, 그동안 내 자신이 자바를 배우며 힘들었던 점들, 정말 중요한데 아무도 지적하지 않고 쉬쉬하는 것들, 그리고 수수께끼같은 객체지향 개념에 대해 답답한 마음, 울분으로 쌓인 응어리를 풀어보고 싶었습니다. 『자바 서블릿 프로그래밍, 개정판』의 번역을 그동안 웹 애플리케이션 습득에 도움을 주신 분들에 대한 보은이라고 여겼었다면, 자바 입문서 저술은 지금까지 자바 세계 경험에 아낌없는 인도를 배풀어주셨던 선구자 분들을 기리는 헌정이라고 마음 먹었습니다. 창착은 역시 번역과는 틀렸습니다. 안그래도 영어투, 일본어투에 익숙해서 핀잔을 많이 듣는데, "... 된다", "... 당한다" 등은 말할 것도 없고, 은근슬쩍 구렁이 담넘어가듯 우리 한글의 우수성을 비웃는 문체가 지적당하면 제 자신도 창피하고 어디 쥐구멍이라도 파서 들어가고 싶습니다. 꼴에 "작가"라고 고집은 있어서, 개성을 살려달라고 주문하지만, 사실은 "고칠 곳은 고쳐야죠"하며 편집자의 손을 들어줍니다. 지난 번역때는 그런 일이 별로 없었는데, 이번 창작때는 더 마음것 쓰다보니 많이 지나친가 봅니다. 어떨 때는 "제발 좀 내비둬..."하며 짜증이 나지만, 우리말을 사랑하는 마음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다만 조금 괘씸한 바람이 있다면 영어투나 일본어투라도 관용적인 자세로, 어차피 세계화의 과정에서 피할 수 없고 또 우리 문어체의 폭을 넓힐 수 있는 하나의 "대안"으로 봐주었으면 어떨까 싶습니다. 물론 넘침은 부족함보다 못하지만요. 하지만 너무 우리 것만을 고집하는 것 또한 과유불급의 예가 아닐까요. 얼마전부터 버추어 파이터4라는 대전 격투 오락을 게임 센터에 가서 하고 있습니다. 한판에 100엔(우리돈 1100원)씩이나 하지만, 자신만의 카드를 꼽고 하는 진검승부의 쾌감에 빠져 네다섯판쯤 해야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곤 합니다. 이제 3승 22패, 그런데 마지막으로 거두웠던 1승은 석연치 않았습니다. 내리 세판쯤 졌었는데, 어찌된 일인지 마지막 경기에서 상대편이 공격을 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이때다 싶어 마구 두둘겼는데, 더 이상하게도 계속 맞고만 있는 겁니다. 결국 5전 3선승제에서 3연승으로 이겨 가까스로 1승을 추가했지만, 묘하게도 기분은 좋지 않았습니다. 왜 그럴까요? 지는 것도 싫지만, 봐주는 것도 싫다라... 정말 알다가도 모를 사람의 마음을 자신에게서 보았습니다. 결국 패배와 좌절의 쓰라림을 알면서도 고통끝에 얻는 승리의 참맛을 보기 위에 인간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닌지, 어깨에 파란 토끼가 올라가 있는(저는 10급, 보통 2급이상의 표시) 캐릭터를 보며 "와~ 346승 213패... 도대체 얼마나 한 거야... 559번이면, 5만5천9백엔... 60만원... 오락 하나에..."하며 입을 쩌억 벌리지만 사실은 부럽습니다. 그런 고수들 보면 도저히 코인을 넣을 엄두가 안나지만, 그래도 비어 있는 버추어 파이터4 기기를 보면 무슨 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이봐, 용기는 없는거야? 어차피 지지않고는 이길 수 없다고." 입문서는 기초 문법 설명을 끝내고 객체 지향 도입부터 꽉 막혀버렸습니다. 죽어도 객체지향을 "설명"하기는 싫고, 어떻게든 "익히게" 하고 싶은데, 방법을 이리저리 궁리하다보니 슬럼프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나 자신이 무수한 자바 입문서와 강좌에서 본 객체 지향 이론을 전혀 알아듣지 못했던 악몽같은 경험이(약 1년간) 있었던지라, "자기가 싫어하는 것을 남에게 하지 말자"는 생활 신조에 따라 뭔가 다른 식을 찾다보니 이렇게 되는군요. 그래서 어차피 안풀리는 거 확실하게 재껴놓고 재충전의 시간을 갖고자 아주 오랜만에 프라모델을 조립해보았습니다. 초등학교때 하고는 근 15년만에 다시 잡은 것은 꿈에도 그리던 기동전사 건담. 그런데 너무도 놀라운 것은 본드도 필요없고, 거의 색칠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프라스틱 자체에 곱게 색이 입혀져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제가 본드가 필요없다며 호들갑을 떨자 함께 가게에 있던 사람이, "그럼요. 본드 붙이던 때가 언젠데..." 그렇구나... 시간이 그렇게 흘러버렸구나... 내가 무관심했던 사이 프라모델은 엄청나게 발전해온 것입니다. 그리고 본드도 없이 딱딱 끼어맞는 부품을 보며 귀신에 홀린 듯 놀라움의 환희에 푸욱 빠졌습니다. 거기에 관절까지 부드럽게 돌아가고, 마치 실제 로보트를 생산하듯 체계적인 조립방식은 객체지향적이며 재생산성이 높다는 자바 프로그래머인 저를 숙연하게 했습니다. "조립식 장난감이 이정도인데, 지금 우리의 자바 프로그램들은 왜 이모양일까... 중구난방에, 더덕더덕에, 버그 투성에..." 그러나, 한숨섞인 푸념과 동시에 희망도 느껴졌습니다. 프라모델의 역사가 이제 20년을 넘어가서야 이러한 명품들이 대중화되었으니, 자바도 잘만 버텨준다면, 내가 만든 건담처럼 유년의 꿈을 이루고 멋진 모습을 갖출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이 소중한 경험을 지금 쓰는 책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생각해봅니다. 오늘부터 씁쓰름한 인도네시아산 카페인없는 자바 커피 같은 가을이 시작했습니다. 이 창신 현재 일본의 인터큐브(Intercube Co, Ltd.)에서 무선인터넷 분야에서 최고의 이슈로 논의되고 있는 NTT-도코모의 자바 프로그램 제공 서비스, i-애플리 프로그램의 개발을 이끌고 있는 자바 개발자인 역자는 서울대학교 수학과를 졸업하였으며, 초등학교 때부터 여러 컴퓨터 경진대회의 상을 모두 휩쓴 수상 경력을 자랑한다. Health OK, Acome21, Photojoy.com, 배움닷컴 등의 사이트 개발에 참가했으며, LG Soft School, KITEL 등에서의 화려한 자바 강사 경력도 있다. 어문학에도 상당히 조예가 깊어 유창한 영어와 일어 실력뿐만 아니라 중국어, 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 러시아어, 라틴어, 그리스어 등의 어학 실력도 자랑한다. 또한 늘 필명 "이아스"를 고집하던 우리의 한빛 리포터이기도 하다. Return to: java.hanbitb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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